역시 이틀째부터는 쓰기 귀찮구나.
어제부터 시작된 두통으로 결국 약을 사먹었다. 그랬더니 너무너무너무 졸려서 거의 반수면상태로 돌아다녔다. 거기다 월요일에 헬스를 너무나 심하게 한 여파로 도무지 걸을수가 없었다. 엉덩이며 허벅지가 얼마나 아프던지. 시내관광은 때려치고 들어가 자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었다.
일단 호텔과 가까운 빠르께 산타루시아쪽으로 걸었다. 작은 공원에 식당들도 깨끗하고 작은 부띠끄들도 있었다. 어제 그렇게 찾던 페루 식당이 여기 있을줄이야. Peruano 그래서 점심은 여기서 먹었다. 늘 깜빡하고 시키는데, 세비체 중에 여러 해산물이 섞여있는게 나은데 어쩜 나는 늘 생선만 시키고 후회한다. 여긴 특히 생선이 너무 크게 썰려있어서 먹기 힘들었다. 그래도 이걸로 일단 해산물에 대한 갈망은 어느정도 해소한듯. 페루식당을 가면 항상 차우파를 시켜먹는데 여기는 간장을 너무 넣어서 좀 짰다. 욕심내서 2인분을 시켰으므로 남은건 포장해왔다. 볶음밥으로 저녁 해결. 그렇지만 역시 너무 짰다. 가게 분위기나 서비스 다 괜찮았지만 가격은 시티 수준. 하긴 이 가격으로 시티에서 페루음식 못 먹으려나. 1인당 식사 음료 팁하면 그래도 200은 나올듯.
아, 산타루시아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자면,
“1542년 메리다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이곳은 도심으로부터 외곽이라(아니 몇블럭 떨어진다고 외곽이래, 처음엔 진짜 엄청 작았나봄) 개발되지 않은 큰 땅이었다. 1565년 산타루시아 성당이 건립되어 아프리카에서 데려온 노예들을 위해 쓰였고 이들은 성당 주변에 살았다. 성당 앞마당에 스페인 사람들을 위한 메리다 최초의 공동묘지가 건설되었고 -무덤들은 아직 이전되지 않았! (으면 아직 거기 있다는건가? 헉 다시 가서 자세히 봐야겠다.) 공원 아치가 있는 곳은 원래 마차와 말을 보관하는 곳이었는데 도시가 성장하면서 시당국은 공원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1878년에는 유카탄지역의 연방주의 순교자로 여겨지는 세바스티안 몰라스 장군의 동상을 공원 가운데 만들었다. 광장은 1965년부터 매주 목요일 9시(앗 나 목욜엔 캄페체 가는데 ㅠㅜ) 유카탄 음악과 춤이 곁들여지는 세레나타(세레나데)로 유명해졌다. 매주 일요일 10-3시에 매우 인기 있는 시장도 열린다(잉 이시간엔 치첸이사에 가는데 ㅠㅜ) 그리고 일요일에 60번가가 8-12:30에 자전거 루트로 폐쇄된다.-차가 안다닌다는 뜻- 여튼 뭐 그런 곳이라고 한다.
까사 데 몬떼호에 잠깐 들렀는데 가구며 식기가 넘나 이쁘고 고급진 것! 시티에서도 이런 집이나 방을 봤지만 여기는 의자며 식탁 등 훨씬 고급지고 무엇보다 보존상태가 엄청 좋았다. 지금 사라고 내놓으면 나도 살 정도? 무슨 사라홈이나 웨스트엘름에 온 것처럼 구경함. 있어보이는 제품들은 역시 죄다 18-19세기 프랑스나 다른 유럽 제품들. 그 시대에 이런 것들을 다 이고지고 배에 실어다 보내서 팔았다고 생각하니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나온다. 하지만 떠나온 곳에서의 삶을 그리워하고, 혹은 그 곳의 삶을 동경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요즘 사실 많은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30년을 살고 멕시코로 떠나와서, 내가 먹고 자고 입는 많은 생활의 기준이 한국에서의 삶이었다는 것을 매 순간 순간 느끼기 때문이다.
그 다음엔 호텔 근처 마사지샵에서 전신 마사지를 받았다. 일주일 중 한번은 마사지를 받아야지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모든 일정을 때려치고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Boho라는 스파였는데, 나는 마사지만 받아서 스파쪽 시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마사지하는 곳은 침대가 한 두세개? 정도 있고 패티션과 커튼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내가 갔을 때는 아무도 없어서 조용하고 분위기도 좋았는데 사람이 많으면 어떨지 모르겠다. 일단 다리가 너무 아파서 부분 마사지 30분 400페소를 받을까 하다가 리셉션 언니한테 홀랑 넘어가서 60분 전신마사지 580페소를 받았다. 그냥 들어가서 옷 다벗고 침대에 누워있으면 와서 마사지 다 해주시고, 원하면 샤워하고 집에 가면 된다. 나는 호텔이 코앞이라 안씻고 바로 집에 왔다. 원래는 손이나 발도 할까 했는데, 전신마사지는 역시 받고 나면 기가 쭉쭉 빠지고, 무엇보다 온 몸에 젤이 발려있기 때문에 옷을 입고 뭘 하기가 좀 그랬다. 그래서 바로 호텔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