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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Viaje

4일_캄페체

by 무지개 다리를 건넌 레이 2017. 10. 28.

캄페체-ADO-199MXN

ADO는 동양고속 같은 버스회사 이름인데, ADO 어플이 따로 있어서 다운받으면 버스시간도 알 수 있고, 카드번호를 넣어서 바로 구매도 가능하다. 시간별로 할인이 붙어서 가격이 다양한데, 매표소에서 살 때도 할인이 가능한지, 그보다 매표소에서 사는 가격과 어플에서 보여주는 가격이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여튼 메리다에서 캄페체까지 199페소를 냈는데, 버스가 엄청 좋아서 룰루랄라했다. 그런데 돌아올 때는 같은 가격에 더 구린 버스였다. 뭐 2시간 반 버스 타는데, 좋은 버스가 뭐 그렇게 의미가 있겠는가만은, 티켓 가격과 버스 등급의 상관관계는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Hotel Mision America 1266MXN

호텔 가격은 모두 2박 가격이다. 여기도 1000 얼마를 봤는데, 세금 붙어서 최종적으로 1266이 나왔다. 그래도 체인 호텔이라고 새하얀 침구를 쓰고, 샴푸랑 비누도 있다. 그러나 창문이 없다. 방에 창문이 있긴한데 실외기를 달아놔서 열 수가 없다. 그리고 방이 작다. 그래서 언뜻 모텔 느낌. 위치는 좋다고 해야하나. 바로 59번길 옆이라 놀다 들어오기는 정말 좋은데, 밤에 시끄럽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없다. 

캄페체에는 어젯밤에 도착했다. 호텔까지 터미널에서 바로 택시를 탔는데, 40인가 50인가 그랬다. 내가 지도를 잘못봤는지, 아니면 다른 터미널을 본건지 모르겠는데, 충분히 걸을 수 있겠다 싶었지만 밤이라 택시를 탔다. 그런데 막상 타보니 헐 이건 가방을 짊어지고 걸을 수 있는 수준의 거리가 아니었다. 택시 타기를 잘한듯.

메리다는 도착한 날, 비가 좀 흩날렸고, 더웠지만 많이 습했다. 캄페체는 정말 해가 짱짱해서, 더 덥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자, 정말 모자가 필요한 곳이다. 메리다도, 캄페체도 더위가 문제가 아니라 해가 문제다. 그래서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남편 선물용으로 파나마 모자를 하나 샀다. 그래도 좀 좋아보이는걸로 샀는데, 진짜 좋은 파나마 모자는 2-3000페소 정도 했다. 일단 모자가 머리에 맞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안전한 가격대의 모자로 샀다. 내 모자도 사고 싶었지만 뭘 써봐도 이쁘지가 않아서 눙물만 흘렸다. 여하튼 이쪽 지역 여행할 때는 아이유모자 필수.

내가 얼마나 갑자기 여행을 왔냐하면, 캄페체를 지도로 보고 바다가 있길래 당연히 해변이 있는 줄 알고 수영복을 챙겨왔을 정도다. 아침에 슬슬 걸어서 바다와 말레콘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그렇다. 말레콘. 말레콘이 있는 바다였던 것이다. 정말 시퍼런 바다가 코앞에서 출렁이는데 그저 보고만 있어야하다니. 그리고 그걸 도착해서야 알다니. 나는 정말 바보구나! 싶었다. 

바다를 끼고 있는 큰 도시는 해변이 있는 휴양지와 항구가 있는 교역의 중심지 이렇게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캄페체는 따지자면 카리브해라기 보다 멕시코만이 아닌가 싶기는 한데 여튼 유카탄에서 대서양쪽으로 교역의 중심지였나 보다. 그래서 해적의 침략을 막으려고 성벽을 쌓아 올린 요새 도시다. 실제로 봤을 때는 이런 성벽으로 방비가 되나? 싶었지만 뭐 되니까 쌓았겠지. 성벽 안 파스텔톤 건물들이 늘어선 풍경은 콜롬비아의 카르타헤나와 매우 비슷했다. 

식민지 시대의 대서양은, 문화의 중심, 유행의 중심인 유럽 너와 나의 연결고리! 그래서 대서양을 오가는 배는 뭐 여러가지를 싣고 다녔겠지만 특히 당시의 잇아이템들을 실어 나르느라 마이 바빴다. 그 중 유럽스타일 드레스는 빠질 수 없는 필수템이었는데, 이 의복을 염색하는데 사용한 팔로 데 캄페체가 캄페체의 주력 상품이었다고 한다. 난 팔로라길래 염색하는 과정에 사용한 무슨 봉인가? 막 이런 상상을 혼자 했는데 알고 보니 나무였다. 염새하는데 사용한 염료 생산 나무?랄까? 여튼 박물관에서 이 코트에 사용된 이 녹회색이나 보라색이 당시 매우 뽑기 힘든 컬러였는데 캄페체에서 요런 색을 뽑아냈다 이거야~ 뭐 이런 취지의 설명을 본 것 같다. 여튼 이런 저런 것들로 번성했었구나, 이 도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멕시코시티는 여러면에서 위험하다. 소매치기, 강도와 같은 위험에 관광객이나 외국인들은 특히 많이 노출되어 있다. 항상 가방을 신경써야하고 주변에 이상한 눈초리나 움직임은 없는지에 대해 경계해야한다. 하지만 시티를 벗어난 도시에 가면 생각보다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무래도 관광지에 가면 센트로를 벗어날 일이 많이 없고, 관광으로 먹고 사는 도시들은 특히나 센트로의 치안에 많이 힘쓴다. 과달라하라나 메리다, 캄페체 같은 도시의 일반적인 치안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다만 센트로에서는 안전하다고 느낀다. 

그런데 혼자 여행하다보면 정말 불편한게 바로 길에서 마주치는 남자들이다. 여자를 보면 반드시 반응해야하는 유전인자가 심어진 인간인것처럼, 왜그렇게 꼭 쳐다보고 인사하고 말을 걸고 휘파람을 불어야하는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그런 사람들이 너무 무서워서 피해다녔고, 치안이 좋은 곳에서는 그래도 헤치지는 않으니 다행이지 않은가 무시하고 다니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어쩐지 자꾸 화가 났다. 식당이나 상점의 호객꾼도 아닌 그냥 길을 지나치는,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비이지 않은가? 어째서 그렇게 아무 의미 없는 휘파람을 불지 않고서는 못배기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