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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Viaje

6일_메리다

by 무지개 다리를 건넌 레이 2017. 10. 30.

역시 용두사미. 처음에만 열심히 쓰지, 결국 마지막까지 성실하게 기록하지는 못하는구나.

어제 메리다로 돌아와서 Mision Merida Panamerica에 체크인했는데 여러모로 불쾌한 일들이 있었다.
예약할 때 분명히 퀸베드와 투베드 중에서 원베드를 선택했는데 투베드로 배정해주는거다. 같은 크기의 방에 어차피 혼자 쓰는거면 원베드가 공간도 여유있고 좋을 것 같아서 예약시 선택가능하면 모두 원베드로 했는데 이번 세호텔에서 모두 투베드에 배정되었다.
이 호텔은 마지막이고 또 제일 비싼 호텔이라 방을 보고 나서 바꿔 달라고 했다. 바꿔주기는 바꿔줬는데, 제일 끝방에 입구에 쇼파가 있는 작은 응접실이 딸려 있었다.
이게 방에 들어가려면 문을 두개나 열어야 하고, 무엇보다 이렇게 되니 침실에서는 와이파이가 안잡혔다. 뭐 하루야 그냥 상관없지만 이틀인데다 난 밤에 안나가는데 와이파이가 안잡히는건 너무 하잖아.
그래서 리셉션에 내려가서 항의했더니 일단 기술자를 보내줬다. 와이파이가 안잡히는 걸 확인하고 갔는데 그 뒤로 아무말도 없다.
어차피 짐도 풀었고 지금 방 바꾸는거 귀찮은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오늘만 참자 하고 씻으러 들어갔는데 환장. 뜨거운 물이 너무 미지근하게 나오는거다. 씻다보니 너무 추워서 머리도 대충 씻고 나왔다. 침대에 누우니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이러다 밤새 내일 뭐라고 따질까만 생각할 것 같아서 얼른 잤다.
밤에는 거드름피우는 아저씨가 있었는데 아침에는 친절한 아가씨가 있었다. 나는 어제 일을 설명하고 이래저래이래 해서 결국 방을 바꿨다. 물론 투베드룸으로. 투베드와 와이파이 중에 뭐가 더 중요하냐면 당연히 와이파이다. 근데 왜 원베드가 없지? 커플이 많이 와서 원베드가 없는건가, 요즘은 커플도 투베드를 선호하는가, 원래 원베드는 더 크고 좋은 방에만 놓는가? 아무래도 친구랑 여행하면 투베드가 편하니까 호텔에서 원베드 쓴 적이 없어서 생각해본 적이 없네.
물 온도는 원래 그렇다고 해서 무슨 소리냐고, 캄페체가 여기보다 더 더운데도 같은 체인인 호텔 미시온에 뜨거운 물이 나왔는데 너네 이 온도가 최고라는게 말이 되냐, 와서 체크하라 했더니 담당자가 물 틀어보고는 가스를 올리니마니 해서 두시간이나 보내더니 이제 곧 따뜻해진대서 나 이제 나가야한다고 그랬더니 방을 바꿔줬다. 바꾼 방의 물 온도는 훨씬 따뜻했다.
아니 아무리 더운 지방이라도 호텔 물 온도가 체온보다는 높아야지 안그럼 할매들은 샤워 어케 함? 서양할매들은 찬물로도 잘 씻나? 잘 모르겠네.
여튼 호텔 방을 두번이나 바꾸고, 또 일주일 동안 호텔 새군데에서 지내다보니 숙소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1. 확실히 혼자 여행할 때 호텔은 돈이 아깝구나. 2. 왜 여기 호텔은 냉장고가 없는가? 커피메이커도 없다. 저렴한 호텔이라 그런가? 3. 앞에 두 호텔은 방에 전신거울이 없었다. 방에 전신거울이 없으니 내 꼬라지를 알 수가 없고 이게 생각보다 불편하구나. 4. 앞에 두 호텔에는 드라이기도 없었다. 이것도 불편함. 5. 정식호텔과 걍 호텔의 구분은 역시 침구? 브랜드 호텔인 미시온은 하~얀 호텔 특유의 침구를 쓰고 첫번째 호텔은 물론 흰 시트를 썼지만 이불은 알록달록이. 6. 창문! 창문이 있어야 한다는걸 창문이 없는 방에 있어보고 깨달았다. 6. 세안제를 가지고 다녀야겠다. 이제 비누로 세수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