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봤다.
매년 특정한 날짜의 일을 담는다는 점도 특이했지만
"엠마가 있는 것처럼 살아봐"라는 아버지의 멘트가 인상적이어서 보게되었다.
잘만든 영화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보는 동안은 푹 빠져서 봤다.
나중에 딸이 생긴다면 함께 이런 영화를 보면서 도란도란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장 멋진 캐릭터는 덱스터의 부모님이었는데, 특히 어머니는 너무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나도 저렇게 아름답게 늙었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가만보면, 그 아버지에게 사랑받고 있었기 때문에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제일 이해가 안되는 점은, 어째서 덱스터가 저렇게 마구잡이로 사는가.
돈 많다고 다 방탕하게 사는건 아닌데.
탕아와 정숙한 여자의 소울메이트같은 사랑이야기가 드문 것은 아닌데,
이 영화는 그 와중에 탕아의 삶이 좀 개연성이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영화 전반의 영국 풍광은 너무나 아름답고,
앤 헤서웨이도 참 매력적이라 보는 눈이 즐겁다.
더불어, 사람과 사람의 만남 혹은 사랑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다시 한번 그 타이밍이란 한편으로는 인간이 성숙하는 시기?
내가 너무 철이 없을 때는 정말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한다.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
성장해야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하지만 종종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그 성장 속도가 달라서, 진심을 놓쳐버리기도 한다는 점.
그리고, 원데이 두 연인의 인생이 그 성장을 기다려준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니라는 점.
엠마가 죽었을 때, 내가 덱스터였다면.
자신이 흘려버린 그 10년이라는 시간을 한없이 원망했을 것이다.
이렇게, 이렇게 사랑하는 그녀를 보내야만 했다면,
조금 더 일찍 그녀에게 갈 것을... 나는 이 짧은 시간들을 왜 허비했을까.
문득, 나는? 내가 지금 보내고 있는 이 시간은
성장하기 위해 이겨내고 있는 시간인지
아니면. 한없이 소중한 줄 모르고 흘려보내는 시간인지 궁금해졌다.